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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과 사진에 얽힌 심리, 어울리는 시 추천

by 마이너스+ 2024. 3. 28.
ⓒ 앙드레 케르테츠, Mondrian's Glasses and Pipe

'이것이 몬드리안이다', 구성으로 대상을 드러낸 앙드레 케르테츠의 (Mondrian's Glasses and Pipe) 대표사진

앙드레 케르테츠의 유명한 사진으로는 창의력과 실험 정신을 보여주는 "Underwater Swimmer"와 몬드리안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촬영한 "Mondrian's Glasses and Pipe", 고개 숙인 튤립을 감성적으로 촬영한 "Melancholic Tulip", 세련된 구도와 무용수의 우아한 동작을 강조하며,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관객에게 웃음과 함께 깊은 사유를 유도하는 "Satirical Dancer" 등이 있습니다. 소주제로 선정한 "Mondrian's Glasses and Pipe"은 케르테츠와 피트 몬드리안과의 만남에서 연유합니다. 1926년 서구 화단에서 기하학적인 색, 면 그림으로 주목받던 피트 몬드리안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의 작업실을 찾아간 케르테츠는 작업실을 둘러보던 중 대화보다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정물에 시선을 빼앗기고 맙니다. 테이블 위에는 몬드리안의 소유인 2개의 안경과 파이프가 재떨이에 올려져 있었고 정물들의 구성은 마치 몬드리안의 사각형 면으로 구성된 그림을 보는 듯했습니다. 일감을 준 언론사 편집장에게 이 정물사진을 내밀며 케르테츠는 말했습니다. “이게 바로 몬드리안이다. 얼굴보다 더 그를 잘 말해준다.”라고. 이 사진은 20세기 세계 모더니즘 사진의 명작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앙드레 케르테츠는 왜 구름을 찍었나? lost cloud 사진에 얽힌 심리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 '어디선가 많이 봐왔던 형태의 사진이다'라는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사진의 영역에서 우리는 흔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말할 때 '결정적 순간'과 동의어처럼 떠올립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이전에 앙드레 케르테츠가 있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고 '결정적 순간'에 영향을 준 사진가가 케르테츠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브레송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했던 것은 모두 그가 처음 했던 것들”이라고 말하며 케르테츠가 사진가들과 미학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단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처럼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케르테츠였지만, 평생 어떤 유파에도 소속되지 않고 ‘빛으로 글을 쓴다’는 소신 아래 자기만의 시각을 표현하며 유럽과 미국을 떠돌았습니다. 그의 작품 중 "lost cloud"는 케르테츠가 뉴욕에서 첫해를 보내던 시절 록펠러센터의 거대하고 기하학적 건물에 맞선 구름을 촬영한 것으로 그의 외로운 심정을 대변합니다. 케르테츠는 "나는 한때 떠도는 구름과 같았다. 거대한 성채인 록펠러센터 앞에 도착한 이민자로서의 나는 운명을 통제할 수 없었던 가냘픈 구름이었다"라고 유랑과 이민자로서의 고단함을 고백했습니다. 이는 "lost cloud"를 촬영한 심리적 배경이 되었습니다.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과 어울리는 천양희 시인의 <안경 탓이다> 감상

케르테츠가 탁자 위에 놓인 정물만으로도 명확히 몬드리안을 알아챘다면 여기 사람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너는 누구냐'라고 묻는 시인이 있습니다. 하물며 알아채지 못함을 안경 탓으로 돌리기까지 합니다. 천양희 시인의 '안경 탓이다'라는 시입니다. "그는 늘 안경을 쓰고 있다. 나는 그의 눈을 잘 볼 수가 없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나는 그의 마음을 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그가 의문스럽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이 내가 의심스럽다. 영화「빠삐용」에서 안경을 낀 더스틴 호프만 노인이 안경을 끼지 않은 노인 스티브 맥퀸에게 '넌 누구냐'라고 묻는다. 그의 대답은 '난 아무도 아니요'였다. 그는 늘 안경을 쓰고 있다. 나는 그의 눈을 잘 볼 수가 없다. 그는 가끔 안경을 벗는다. 그는 나의 눈을 잘 볼 수가 없다. 눈이 마음의 창이라면 그는 나의 마음을 잘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끝없이 내가 의문스럽다. 그래서 나는 끝없이 그가 의문스럽다. 그 의심이 나를 근시안으로 만든다. 안경 탓이다."<천양희, 안경 탓이다, 전문>. 다음은 케르테츠가 촬영한 lost cloud와 어울리는 시를 소개할까 합니다. 케르테츠가 잃어버린 구름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외로움은 나종영 시인의 '뜬구름 속에도'라는 시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풀잎 속에 사람들이 있다. 뜬구름 속에도 사람들이 있다. 밟힌 흙 속에는 숨죽인 사람들이 있고. 어두운 갱 속엔 갇힌 사람들이 있다. 욕망이 없는 모래야 바람아. 그대 잠이 든 마을에 겨울이 오면. 그대는 뜬구름으로 떠돌고. 나는 그대 다시 일깨우는. 풀잎의 푸른빛이고 싶어 진다." <나종영, 뜬구름 속에도, 전문> 시인은 풀잎 속에도, 뜬구름 속에도, 밟힌 흙 속이나, 어두운 갱 속에도 사람이 있다고 말합니다. 뉴욕의 중심가를 뜬구름처럼 떠돌던 케르테츠에게는 쉬어갈 안식처가 필요했던 건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