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요소가 결합된 리차드 아베돈의 패션사진과 사양길에 접어든 옷가게를 표현한 시
미국의 대표적인 사진가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은 혁신적인 접근 방식과 획기적인 작품을 통해 사진계에 깊은 업적을 남겼습니다. 특히 아베돈은 패션 사진과 인물 초상 사진을 재정의 할 만큼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뉴욕에서 태어난 아베돈은 1940년대에 사진가로서의 경력을 시작하며 Harper's Bazaar와 이후 Vogue에서 일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정적인 포즈에서 벗어나 이미지에 움직임, 감정, 자발성을 불어넣어 우아함과 세련미가 살아있는 보다 역동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한 독특한 스타일로 패션 사진의 관습을 타파했습니다. 그의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인 "코끼리와 도비마(Dovima with Elephants)"(1955)는 양옆 코끼리들 사이에 디올 가운을 입은 모델을 배치해 하이패션과 예상치 못한 요소를 결합한, 단순한 의류 광고를 넘어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 되는 매혹적인 사진을 창조해 냈습니다. 아베돈이 코끼리들 옆에 모델을 배치해 하이패션을 강조했다면 여기, 꽃화원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한 사라패션 이야기를 시로 표현한 시인이 있습니다. 모델과 코끼리의 관계성과 비교하며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공덕동 오거리를 지나노라면 진양화원 옆에 사라패션 아, 저기 화원이 있었구나, 솔깃하는 순간 옆에 있는 사라패션 언젠가 소중한 마음을 담아 꽃을 주문하고 배달시켜야 할 일이 생기면 지나다니는 길목에 있는 진양화원을 찾아볼까 흘깃 보는 사이 나란히 있는 왠지 옷이 잘 안 팔릴 것만 같은, 한 번쯤 홀린 듯 들어가 입고 싶은 옷은 없을 것만 같은 사라패션 하지만 쇼윈도를 버젓이 달아놓은 젊은 날 맨드라미 붉은 꽃 같던 엄마가 동생 손을 붙잡고 단골 삼아 다니던, 골목 입구에 신신여관이 있던 그 동네를 떠나온 뒤로는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인 어릴 적 추억 속의 이름, 이진의상실을 내가 따라가 보지 않았듯이 한 번도 가본 적이 없고 가볼 리도 없겠지만 거기 있어왔고 앞으로도 있을 유명 브랜드 패션 20% 쎄일 건재한 진양화원 옆의 사라패션 네가 나를 이제야 알아봤고 너는 나를 몰랐다 하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시작되는 나날의 사건과 기억을 만들며 나는 여기 이 자리를 견뎠어라고 말하는 진양화원 옆에 사라패션 내가 너의 한낮과 긴 밤을 모르듯이 때로는 기뻐 웃었고 때로는 슬퍼 울었고 때로는 분노에 몸을 떨었으며 때로는 이 악물고 수모를 참아냈던 내 세월의 나들목을 못 와봤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진양화원 옆에 사라패션"<이선영, 진양화원 옆에 사라패션, 전문>, 이선영 시인의 '진양화원 옆에 사라패션'이라는 시입니다. 코끼리와 코끼리 사이에서 위험한 듯 매력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모델과 달리 '진양화원 옆에 사라패션'은 이 악물고 수모를 참아낸, 세월의 나들목을 건너온 의상실입니다. 왠지 아베돈에게 멋진 의상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사라패션입니다.
일반인부터 유명인까지 초상사진의 대가 아베돈
리차드 아베돈은 인물 사진에서도 깊이 있는 통찰력과 대상의 본질을 포착하는 남다른 재능으로 연예인, 정치인, 일반인 등 많은 초상 사진을 남겼습니다. 그의 초상 사진은 친밀감과 심리적 깊이가 특징이며, 매력적인 묘사로 대상의 성격을 드러냅니다. 그는 대형 카메라를 채택한 최초의 사진가 중 한 명으로, 이를 통해 놀라운 수준의 선명도와 정밀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가장 유명한 초상 사진 시리즈 중 하나는 "미국 서부에서(In the American West)"(1985)로, 미국 서부를 여행하며 흰색 배경을 바탕으로 꾸밈없는 초상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피사체의 순수한 인간성을 드러내며 방해 요소를 제거하고 오로지 그들의 표정과 개성에만 집중했습니다. 또한 그는 1957년 당대의 전설적인 여배우 Marilyn Monroe의 매력과 연약함을 능숙하게 포착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1967년에는 비틀스와 함께 프로젝트에 착수하여 "비틀스 포트폴리오" 초상화 컬렉션을 탄생시켰습니다. 이밖에도 아베돈은 Audrey Hepburn을 비롯한 Andy Warhol, John F. Kennedy 대통령 등 당시대 상징적인 인물들의 깊이와 인간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을 남겼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와 자발적인 협업을 선호한 아베돈과 이래라 저래라 강요하는 한인준 시인의 시 <연출연습> 비교
그의 작품에는 움직임과 감정, 자발성이라는 요소가 결합되어 역동적이고 활기찬 이미지가 탄생합니다. 그의 작품은 우아함과 세련미, 예술적 표현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그는 대상의 약점, 강점, 내면의 감정을 드러내며 겉모습을 뛰어넘는 날것 그대로의 정직함을 친근하게 표현해 냅니다. 각 사진들은 그들의 삶과 성격을 독특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대상의 진정한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 아베돈은 긴밀한 협업을 진행하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편안한 분위기와 자발성을 유도해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과 개인의 독특한 개성을 포착해 냈습니다. 여기 자발성과는 먼 시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한인준 시인의 시 '연출 연습'입니다. 제목에서 처럼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연기를 하지만, 연기자는 대각선처럼 기울기를 줘야만 연출자의 의도에 완벽해질 수 있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을 / 횡단하다가 / 무대 중앙까지 대각선으로 걸어가 줄래? / 대각선은 멈춰 서서 잠깐 울었다. 주룩주룩은 언제부터 직선입니까. 죽음에 꼭 들어맞을 때까지 / 죽은 척하기 / 나는 내가 벗어둔 구두 같아요. 구두는 무슨 / 쓰레빠를 내던지며 / 이런 식으로 연기해 봐. 이런 식의 총구와 이런 식의 관자놀이로 너와 나의 이런 / 거리감으로 / 절망 좀 쉬었다 합시다. 대각선은 둥근 의자에 앉아 다시 울었다. 주룩주룩은 언제부터 곡선인가요.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 무대 바깥으로 보랏빛처럼 걸어가 줄래? / 보랏빛처럼 걷는 것이 뭘까 / 대각선은 대각선에게 건너가면서 조금 울었다. 나 당신에게 갈 수 있나요 / 잘하고 있는 거 맞나요 / 높낮이를 줄게 / 옥상에서 부러진 발목처럼 보랏빛처럼 / 대각선은 걸어 나간다. 사라진다는 것이 정확해질 때까지"<한인준, 연출 연습, 전문>, 촬영대상과 협업하기를 좋아했던 아베돈은 그들의 자발성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냈는지 사뭇 궁금하게 만드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