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의 휴가는 낭만적이지 않았다, 마틴파의 휴양지 사진과 신미나의 시 <여름휴가>
영국의 사진가 마틴 파(Martin Parr)는 우리에게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얼핏 보면 그의 사진은 과장되거나 연출된 사진처럼 보이지만 그의 사진을 따라가다 보면 독창적이고 재미있으며 이해하기 쉽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마틴 파의 가장 유명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The Last Resort'입니다. 1980년대 중반 영국 뉴 브라이턴의 해변 휴양지 마을에서 촬영한 일련의 사진은 과자 포장지와 음료수 캔으로 가득 차 넘치는 쓰레기통, 포클레인이 만든 그늘 아래 엎드려 있는 남자, 흘러내리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 등, 쓰레기와 사람들로 가득 찬 휴양지 이곳저곳을 촬영한 사진들로 당시 영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시선을 제공합니다. 마틴 파는 The Last Resort 시리즈를 통해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사진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영국의 새로운 컬러 다큐멘터리 사진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마틴 파의 사진과 어울리는 시로는 휴가지에서 한 번쯤 경험해 봤을 법한 상황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신미나 시인의 시 '여름휴가'입니다. 시인은 온 가족이 모여 고기를 굽는 상황과 반전을 진한 색깔이 묻어나는 문체로 표현해 냅니다. 마틴 파의 The Last Resort와 비교하며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불이 잘 안 붙네 형부는 번개탄 피우느라 눈이 맵고 오빠는 솥뚜껑 뒤집어 철수세미로 문지르고 고기 더 없냐 쌈장 어딨냐 돗자리 깔아라 상추 씻고 마늘 까고 기름장 내올 때 핏물이 살짝 밸 때 뒤집어야 안 질기지 그럼 잘하는 사람이 굽든가 언니가 소리 나게 집게를 내려놓을 때 장모님도 얼른 드세요 차돌박이에서 기름 뚝뚝 떨어질 때 소주 없냐 글라스 내와라 아버지가 소리칠 때 이 집 잔치한다 미희 엄마가 머릿수건으로 탑새기를 탁탁 털며 마당에 들어설 때 달아오른 솥뚜껑 위로 치익 떨어지는 빗방울 비 온다" <신미나, 여름휴가, 전문>.
있는 그대로의 민낯에 진심인 마틴파의 '진짜 음식' 사진과 김용락 시인의 시 <진짜와 가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던 마틴 파는 ‘진짜 음식(Real Food)’이라는 시리즈를 통해 광고나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이미지가 아닌 실제로 매일 먹는 ‘진짜 음식’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는 아름답고 먹음직스럽게 치장된 음식은 식품 판매를 위한 선전에 불과하다는 메시지를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90년대 초반부터 2016년까지 찍은 250여 장의 음식 사진을 모은 'Real Food'는 화려하고 채도 높은 색감, 클로즈업 기법, 플래시를 사용해 친숙하면서도 일상적이며 동시에 너무도 적나라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는 음식 사진에 비판과 유머라는 양념을 첨가해 선전이라는 매체의 과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던 사진가였습니다. 김용락 시인은 진짜와 가짜라는 시에서 '꽃이나 사람이나 가짜가 더 일찍 피고 더 붉다'라고 표현하며 매혹적인 현혹을 경계합니다. "3월이 채 가기도 전에 시내 삼성빌딩 앞 가로수에 꽃이 피었다 아니 벌써 봄꽃이 활짝 피었나 놀라서 차창 밖으로 고개를 빼고 보니 그 화사함에 늦추위마저 물러나는 듯하였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그 꽃은 헝겊으로 만든 조화로 밝혀졌다 그렇게 화려하고 붉어서 진짜 꽃보다 더 그럴듯하고 향기조차 있는 듯하여 시민들의 사랑도 받았는데 곧 4월이 오고 생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니 가짜 꽃의 그 처참함이란 무엇으로 말할 수 있으랴 비 오고 바람 불어도 꽃잎 하나 떨어지지 않고 멀쩡한 그 뻔뻔함을 또한 어디다 비길 수 있으랴 꽃이나 사람이나 가짜가 더 일찍 피고 더 붉기는 마찬가진 게 바로 세상살이의 한 깊이일까" <김용락, 진짜와 가짜, 전문>.
부조리와 모순을 풍자한 마틴파와 안현미 시인
여가와 소비문화를 풍자적이고 관찰적인 접근 방식으로 포착한 마틴 파는 현대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대담한 색상과 긴밀한 구성을 통해 솔직하고 신랄하게 표현해 냈습니다. 그의 풍자적인 시선은 화려한 수건이 흩어져 있는 붐비는 해변이든, 분주한 슈퍼마켓 계산대 줄이든, 인간 행동의 기이함과 사회적 규범을 자극하는 아이러니와 매혹적인 내러티브로 변모시킵니다. 그는 아름다움과 완벽함에 대한 기존의 개념에 도전함으로써 대중문화에 스며든 소비주의의 민낯을 보다 포괄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The Last Resort시리즈나 Real Food 외에도 일상생활의 솔직한 스냅샷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행동에 대해 생각을 자극하는 Common Sense(1999), 부와 과잉의 소비자 중심의 세계에서 럭셔리의 진정한 의미를 숙고하도록 유도한 럭셔리(2007), 글로벌 관광의 특성에 초점을 맞춰 여행과 문화 교류의 역설을 조명한 Small World(1996) 등의 시리즈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납니다. 똑같은 포즈, 똑같은 관광상품, 똑같은 장소에서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으로 가득한 관광지의 모습, 조금 더 싼 값에 물건을 사기 위해 원정 쇼핑을 가는 영국인들의 모습 등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사회의 적나라함을 강렬한 컬러로 담아냅니다. 안현미 시인의 시 '백 퍼센트 호텔'은 이러한 마틴 파의 사진들과 잘 어울립니다. 안현미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화려하고 절도가 있어 보이지만, 거들먹거리고 저속한 이면을 드러냅니다. 시인은 오히려 그러한 적나라함이 아름다웠다고 말합니다. 마틴 파와 맥락을 같이하는 시 백 퍼센트 호텔입니다. "악어가죽 가방을 든 여자가 도착한다 결정적으로 코를 빠뜨린 녹색 가디건을 입고 있다 비에 젖은 트렁크에선 빗물이 떨어지고 있다 호텔 로비의 괘종시계는 자정을 가리킨다 콧수염을 손질하던 카운터의 남자가 여자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묻는다 얼마나 투숙하실 건가요? 나는 이곳에서 일곱 번의 봄을 사용할 거예요 호텔 밖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빗속엔 얼마간의 아프리카 향이 함유되어 있다 전망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결정적으로 여기는 백 퍼센트 호텔이지요 일곱 번의 봄을 충분히 사용하실 수 있답니다 그러나 당신은 결정적으로 코를 빠뜨렸으니 당신은 당신 자신을 견뎌야 할 겁니다 죽고 싶지 않다면 여자는 신중하게 대답을 골랐다 AEC8 그것은 거의 아름다웠다" <안현미, 백 퍼센트 호텔,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