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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시] 소품을 활용한 로드니 스미스의 사진과 철학, 어울리는 시 탐구

by 마이너스+ 2024. 3. 11.
ⓒ 로드니 스미스 Reed Leaping Over Rooftop

소품을 활용해 세련된 이미지를 창조한 로드니 스미스

로드니 스미스는 사진이 현실을 기록하는 매체에서 패션 이미지로 예술계에 수용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1995년에 촬영된 Skyline, Hudson River는 바지선에 있는 5명의 인물이 우산을 들고 뉴욕시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비와 안개로 인한 흐릿한 스카이라인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의상을 착용한 인물들의 뒷모습과 우산, 사다리 등의 소품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합니다. "훌륭한 사진은 모든 질문에 답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그 사진에 끌리지 않을 것입니다."<로드니 스미스>, 로드니 스미스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사진을 만들어 냅니다. 해답을 주지 않으며 계속해서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사진에 담습니다. 우산과 사다리는 그의 작품에 집중하게 만드는 소품이자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입니다. 또한 우산은 많은 시인들이 노래하는 모티브이기도 합니다. 로드니 스미스의 사진과 잘 어울리는 한상권 시인의 <노란 우산과 날아오르다>를 소개합니다. "우산을 쓰고 면사무소 담 위에서 뛰어내렸다. 아니 나는 노란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오른 셈이다. 개암나무 미루나무에 걸릴 염려 없이 노란 우산과 함께 나는 나비가 된 것이다. 노란 우산이 있어 가능한 건 허공을 믿는다는 것 두 발은 밑으로, 양팔은 옆으로 활짝 모든 대기가 나서서 우산을 떠받칠 때 나는 두둥실 구름 위로 올라선 것이다. 이 도시로 전학 올 때도 그랬다. 나는 분명 나비가 되어 날아오른 것이다. 몇 해가 지나고 조금씩 아래로 아래로 바닥을 알 수 없는 길 위에서 나풀나풀 나는 더 이상 중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갑자기 늘어난 몸무게 때문만은 아니다. 날개를 접어야 보이는 것들이 길을 이루었다. 발아래 날아오르지 못한 꽃들이 무성하였다." < 한상권, 노란 우산과 날아오르다, 전문> 한상권의 시는 마치 위의 로드니 스미스의 사진  Reed Leaping Over Rooftop를 연상케 합니다. 개암나무 미루나무에 걸린 염려 없이 노란 날개를 펴고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자유로움과 중력을 거스를 수 없는 태생적 한계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까지. 하지만, 발아래 날아오르지 못한 꽃들이 우리를 위로합니다. 미묘하게 어긋난 현실입니다. 그러나 결코 우울하지는 않습니다.

로드니 스미스의 사진철학

"사진을 찍는 것은 일상과 이상을 조화시키고, 두려움을 조화시키고, 불안한 외톨이에서 참여자로 전환하는 나의 방식입니다." 로드니 스미스는 카메라를 통해 조화로운 세상을 꿈꾸고 삶을 통한 아름다움과 기발함을 보게 했습니다. 1947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태어나 2016년 작고한 로드니 스미스는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와 비교될 만큼 독특한 스타일과 초상화와 풍경을 결합한 사진으로 시적 감성을 보여줍니다. 그의 이미지는 매우 정교하고 세련되며유머와 상상력이 담겨 있습니다그의 스타일과 접근 방식은 수많은 사진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영향력은 여러 예술 분야에까지 확장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입니다. 사진에서 작곡은 음악에서 리듬과 같습니다. 그것은 대칭과 비율, 사진가와 피사체 사이의 공명에 관한 것입니다. 구도를 잃는다는 것은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로드니 스미스>, 이처럼 로드니 스미스는 정확한 구상과 배치를 통해  관람자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생산합니다. 특히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모자와 우산, 사다리 등의 소품과 희극화된 주제들, 예상을 벗어나는 미묘한 모순은 관람자들에게 아이디어와 재치를 선사합니다. 로드니 스미스의 사진에 사용된 우산과 모자를 통해 그의 사진과 어울리는 한상권 시인의 시 <노란 우산과 날아오르다>와 김성대 시인의 <샴의 모자>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산과 모자를 모티브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한상권 시인과 김성대 시인의 시

로드니 스미스의 사진에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재 중 하나는 바로 모자입니다. 그는 정체성과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모자를 통해 일관성 있게 풀어갑니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모자에서부터 다른 사물을 모자로 빗댄 사진까지 유머와 재치가 넘쳐납니다. 로드니 스미스는 "느낌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그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추구가 모든 것의 뿌리입니다. 나는 시각적인 방법으로 느낌에 형태를 부여합니다."라고 말하며, 우리를 초현실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모자를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합니다. 단순히 패션과 스타일을 위한 쓰임새부터 실용성, 정체성, 지위와 권위를 나타내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또한 특별한 행사나 축하의 자리에도 자주 착용됩니다. 이중 로드니 스미스의 모자는 '특별한'과 '축하'의 의미가 더 짙습니다. 그의 사진에서 모자는 '우아한 호기심'입니다. 김성대 시인의 <샴의 모자>를 통해 모자를 쓴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모자를 돌려 쓴다는 것은 무엇이지? 같은 모자를 노크한다는 것은. 똑똑, 이미 너의 머리가 있다. 모자 밖을 모르는 우리의 야경이 겹친다. 가령, 모자 속에서 머리를 기대는 것. 모자 속을 몰두하는 귀는 닳을수록 닮아가서 밤의 양들처럼 같은 믿음에 빠지게 된다. 모자 안에서 시작되어 모자 안으로 돌아오는. 그런 순례에서 다른 무엇을 생각이나 할 수 있었겠니? 시간을 모방하는 모자. 그건 약간의 사실 쪽에 대하여. 모자 안에서 돌아오지 않는 얼굴에 대하여 모자를 무릎까지 푹 눌러쓰고 사라졌다면. 정말, 사라진다면 모자의 깊이란 무엇이지? 하나의 모자를 덥힌다는 것은 나를 길들이는 묵념 같은 밤들에 대하여" <김성대, 샴의 모자 전문> 김성대 시인의 샴의 모자에서 같은 모자를 노크한다는 행위와 시간을 모방하고 무릎까지 푹 눌러쓰고, 돌아오지 않는 얼굴을 만들어내는 모자는 로드니 스미스의 사진과 묘하게 겹쳐집니다.